
별갱 @Star__commu__
[이 작품 안에 트라우마가 생각날수 있는 트리거 요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릴 적 상상 친구를 가져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적어도 내가 특별한 걸 볼 줄 아는 사람인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어른이 되어 그런 판타지 스러운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사람이 있고, 어릴 적의 그런 생각이나 상상 친구를 흑역사로 여겨 그다지 꺼내고 싶어 하지 않는 어른들도 있기 마련이죠. 이번에 제가 소개해줄 아이는 상상 친구와 만나고 만져보기도 한 신비한 경험을 꽤 많이 해본 아이였죠. 듣기 편하게 이름은 L이라고 하죠. ‘굳이?'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 그 아이의 비밀을 까발리고 싶어서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당신도 그렇게 사소한 건 궁금하지 않잖아요?
L은 그다지 대단한 능력을 갖췄다던가, 특이하게 생긴 아이도 아니었어요. 아주 평범해서, 길가에 널리고 널린 그런 음침한 까마귀 같은 아이였어요. 당신은 길가에서 까마귀를 발견하면 신경 쓰나요? 신경 안 쓰잖아요? 그거랑 같은 느낌으로 평범한 아이라서 아마 길에서 당신과 마주친다고 해도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나가서 기억에서 사라질지도 모르죠. 이미, 본적이 있는 아이일지도 몰라요~? 그 정도로 평범했답니다. 근데, 갑자기 상상 친구에 관한 신비한 경험을 한 아이의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요? 글쎄요, 이상하게 오늘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뭐, 어차피 한가하니까 잠자코 들을 거잖아요? 하하, 어쨌든 당신에게 이런 말을 뱉는 이 순간도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르죠. 그 둘의 만남도 운명과도 비슷했어요. 우리처럼 이상하고 기이한 운명 말이죠.
“L이요? 솔직히 L이 싫어서 모른 척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단지…. L이 무서워서 피하는 거죠.”
무섭다, 소름 끼친다는 수식어는 언제나 아이를 따라왔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아이는 겉돌았다. 아이가 없는 사람인 마냥 다들 그렇게 행동했다. 아이의 학교친구인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10의 9는 아이가 무섭다고 말했다. 소심하고, 음침한 아이는 그저 자신이 사교성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들은 그 아이를 무척이나 무서워했다. 마치, 못 볼 거라도 보는 아이처럼….
선생님들도, 아이의 부모님들도 아이에 대해 평가를 할 때면 조심스러웠다. 아이는 사교성과 성적도 우수한 편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도 주변에 친구들이 없었고, 아이가 입을 열 때마다 의아한 말을 뱉고는 했다. 그저 어린 나이에 관심이나 사랑을 받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좀 더 많이 아이에 대해 관찰하고, 알아가려고 노력했지만 언제나 아이는 이상한 행동과 말을 하고는 했다.
어느 날 L이 있는 반에서 친한 친구 또는 친해지고 싶은 친구의 얼굴을 그리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L이 좀 더 친구를 사귈 수 있었으면 하는 담임선생님의 작은 소망이 담긴 시간이기도 했다. L이 엎드려 크레파스로 열심히 색칠하는 모습에 뿌듯하기도 하고, 뭉클한 마음에 아이의 시선에 맞춰서 ‘누구 그리고 있는지 선생님께 조금 알려주겠니~?’ 하고 물었다. 하지만 아이의 스케치북에는 조금, 특이한 모습을 한 꼬마가 그려져 있었다. 인간의 다리가 아닌 새 다리를 가지고 있었고, 새하얀 새 날개 같은 팔에 흰 원피스를 입고 있는 새하얀 새 같은 아이. 선생님은 어린아이의 그림이니까 그리고 친구를 그려보라고 했으니까 어린아이의 상상친구라고 생각했다.
“U를 그리고 있었어요, 저랑 가장 친한 친구잖아요!”
아이가 그렇게 말해도 선생님은 상상친구라도 좋으니 아이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한편으로 본능적인 싸함을 어린아이의 그림이니까 라는 핑계로 덮어버린 걸지도 몰랐지만…. 선생님은 그런 L의 말에 ‘근데, U는 왜 새 날개를 가지고 있을까~?’ 라는 질문을 했다. 상상친구라면 L이 새를 좋아한다든가, 새가 멋있어서요 라는 말을 할 테니까 라고 속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믿음으로 만들어진 유리를 깨는 것처럼 아이는 아무도 없는 빈자리를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 ‘선생님, U가 듣겠어요…. U의 약점이란 말이에요….’ 라고 속삭였다. 남을 생각하는 어린 마음은 좋았지만 선생님 눈에는 U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때부터 이상함을 느꼈을지도 몰랐지만 무서워져서 그저 '미안해' 라는 사과와 같이 그 자리를 도망가버렸다. 그 뒤로 선생님도 L을 ‘소름 끼치고 무서운 아이’ 라고 평가하기만 하고, L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학교친구들도 U가 누군지 몰랐다. 하지만 L이 U라는 존재를 보고, 듣고, 놀기도 한다는 건 모르는 아이들이 없을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U가 저절로 귀신이거나, 요괴 같은 거로 생각했고, L은 그런 걸 보는 무서운 아이라는 게 아이들 머릿속에 인식이 박혔을지도 몰랐다. 아이들이 L을 무서운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L은 친구들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같은 학교에, 같은 반 친구인데 관심을 주지도 않고, 자신을 포함해 U도 그냥 없는 아이 취급을 하니까. 자신이 U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속상했다. 그래서 U를 처음 볼 때 먼저 손을 내밀었을지도 몰랐다. 왕따 당하는 친구에게 손을 내밀면, 자신도 왕따 당할 거라고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도 같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손을 내밀었다. ‘새 다리와 새 깃털을 가지고 있으면 어때! U는 내 친구인걸!’ 이라는 생각에 나라도 U와 친구로 지내줘야지 하는 어쩌면 U보다 내가 더 위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에 가지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U는 내가 없으면 외톨이일 테니까 같은 무언가의 확신이 있었다.
"있잖아, 왜 너 빼고 날 보는 사람이 없을까?"
음침하고 까마귀 같은 L과 다르게 U는 언제나 밝고 하얀 원피스만 입고 있었다. 그걸 L은 물어본 적이 있었지만 이것밖에 없어서 라는 대답과 만약 L이 싫다고 하면 다른 옷도 입어보려고 해볼게. 라는 말에 그냥 괜찮다고 대답하고 말았다. U는 그 누구보다 착하고, 눈치도 빨라 언제나 L을 먼저 생각하는 착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를 무시하는 초등학교 친구들이 이상하다고 중학교 친구들은 다를 거다. 언젠가는 자신 말고도 U와 친구를 해주는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그렇게 L은 믿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L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U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같은 중학교, 같은 반이었지만 반 배치표에 U의 이름이 없었을뿐더러, 교복을 입지 않고 흰 원피스만 입어도 혼나지 않았다. 그런 이상함을 느꼈지만 말할 수는 없었다. U는 어릴 적부터의 유일한 친구였고, 아무도 U를 인정해주지 않아도 내가 하기로 약속했기에 그저 의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곤 했다. 어쩌면 U에게 처음으로 하는 L의 거짓말이었다.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너 귀신같은 거 본다며? 내 옆에도 있어?"
대체로 학교 친구들이 L에게 말을 거는 이유는 비슷했다. 조롱과 비난의 말들이거나, 일방적으로 피하는 말 이거나…. 익숙했기에 괜찮았지만 대한 의심을 하고 있던 L에게는 U가 귀신이거나 요괴 같은 거면 어쩌지? 라는 혼란을 가져다주곤 했다. U가 정말로 귀신이거나 요괴이면 어쩌지? 그럼 나는 그런 걸 볼 줄 아는 걸까? 같은 생각에 평소 같으면 그런 조롱에 말에 건성으로 답하고 말았지만 이번만큼은 할 말이 없었다. 그걸 U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몰랐지만….
"있잖아, 아까 걔가 뭐라고 했어? L 표정이 안 좋아."
U는 언제나 내 생각과 마음을 읽는 것 같았다. 그저 감이나 눈치가 빠른 아이들처럼 언제나 조금만 불안해해도 금방 알아차렸다. 그래서인지 U는 무슨 일 있었는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는 했다. 그렇다고 날 그리 걱정해주는 친구 앞에서 '너 때문이잖아' 라고 말할 노릇은 되지 않았기에 그저 '별일 아니야.' 하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신님이 있다면 U가 무슨 존재인지 귀띔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15년 살면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처음 겪는 큰 고민이었다.
안 그래도 다들 질풍노도에 시기라고들 말하는 시기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은 아이의 성적과 학교생활에 지장이 갈 수밖에 없었지만 L의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인 아이였기에 어쩌면 한 번쯤은 거쳐야 할 고민일지도 몰랐다. U에게 먼저 손을 내민 행동을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만큼 L에게 U는 친한 친구이자, 가족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U의 정체는 알고 싶었다. 그렇게 U에 대해 의심을 하던 차에 어느샌가 U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어디 간 거로 생각했지만, 학교에도, 집에서도 없었다.
언제나 함께했던 U가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괜찮을 거라고 금방 학교친구들하고도 사회에서도 적응해 나갈 거로 생각했다. 오히려 U가 나에게 많은 의지를 하고 있고, 내가 없으면 U는 외톨이가 될 거라고 그리 믿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U가 사라지니까 외톨이인 건 L이었다. U와 함께할 때는 모두의 시선이나 행동들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U가 없으니 그런 시선들이 갑자기 신경 쓰이곤 했다. 조롱과 공포로 가득한 시선들은 L이 충분히 외톨이가 되기는 충분한 조건들이었다.
소중한 친구이면서 어쩌면 내가 이렇게 모두의 공포와 조롱의 시선들을 견딜 수 있었던 건 U 덕분이었는데 그런 U가 없는 학교생활은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학교자체을 나가는 것도, 밖으로 외출하는 것도 그저 의미가 없어지고는 했다. 모두가 날 무서워하고, 조롱하는 듯한 눈빛으로 보는 것 같았다. U가 없는 나는 방패 없는 기사와도 같았고, 모두가 나에게 헤을 입힐 것 같았다. 점점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L이 그만큼 U에게 의지하고, 믿었던 게 컸다는 사실에 무너져내렸을지도 몰랐다. 내 손바닥 위에 있는 존재가 사실 반대였을 때의 그 두려움은 점점 커져, U를 찾는 일에 모든 신경을 쏟았다.
처음에는 U가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음식도 먹어가며 U를 찾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U가 내 옆에 있는데 못 보는 건 아닐까 싶어 ‘U, 있다면 연필을 집어줘.’ 라는 엉뚱한 소리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계절이 지나 이제 학교에도 사회에서도 L이라는 존재가 기억에서 사라질 때까지도 U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고, 중학교 졸업마저도 못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 더욱더 모두의 기억에 잊히고 있었다. 부모님도, 학교친구들도 아이를 찾지 않을 때쯤 갑자기 아이가 지내는 방에 노트 소리가 들렸다.
"L이라고 했죠? 부모님께서 많이 걱정하세요. 오늘부터 L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찾아왔어요. 들려주지 않아도 괜찮아야 하고 싶을 때 말해요. 난 L이 이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릴게요."
어느 날 방의 문도 모두 닫아버린 나한테 처음 듣는 목소리의 사람이 찾아왔다. 매일같이 열어주지도 않는 문 앞에서 이야기하고 싶을 때 편히 이야기하라면서, 내가 무슨 이야길 해도 괜찮다고, 만나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저 이야기만 들여줘도 괜찮다고 그런 뱀 같기도 한 유혹으로 매일같이 같은 시각에 찾아오곤 했다. 그런 유혹에 져서 말해도 저 사람도 분명 날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할 거라는 두려움에 L은 그가 이 집에서 나갈 때까지 방문을 절대 열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U가 없는 생활을 하면서 U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 라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뱀 같은 유혹에 져 버렸다고 그렇게 합리화했을지도 모른다. '이 사람이라면 U의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쯤 그 시각에 맞춰 그 사람이 다시 왔다. 그저 방문 앞에서 이야기하는 거라도 괜찮다는 말에 U에 관한 이야기를 천천히 시작했다. U와 만났던 일부터, 어쩌다가 U가 사라졌는지까지…. 이유를 알고 팠을지도 몰랐다. 신 조차 알려주지 않는 이유를 말이다. 그는 잔잔히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랬어요? 그래서요?' 하며 들어줬다. 이상하다 라던가, 정신 나갔다는 소리 없이 잔잔히 들어주곤 했다. 어쩌면 계속해서 L의 이야기를 들으러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방에 찾아오는 그를 보면서 약간의 정이 생겼을지도 몰랐다.
"선생님은 U가 어떤 존재일 것 같아요? 귀신일까요? 왜 사라졌을까요? 제가 몹쓸소리을 저도 모르게 해서 U가 상처받았을까 봐 걱정도 들어요."
어른이었지만 L은 아직도 어린 15살에 멈춰있었다. U에게 자신도 모르게 혐오하고, 몹쓸 행동을 해서 U가 상처받은 건 아닐까? U가 사라지고 미워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밝게 웃어주고, 내 생각을 먼저 해주는 좋은 친구였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U에게 잘 못 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소중한 친구였고, 어쩌면 가족 같은 사이였기에 더더욱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몰랐다. 음침하고 모두에게 두려움을 사는 아이에게 밝고, 긍정적인 U는 빛이고, 태양이었으니까.
"음, 선생님이 봤을 때는 U는 L이 자신 때문에 피해 볼까 봐 L이 좋지만 떠난 거 아닐까 싶은데~ L이 말했듯이 둘밖에 없는 친구였잖아? L이 생각한 만큼 U도 L을 많이 생각하고 있었던 거 아닐까 싶어."
그 누구보다 서로 알고 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말에 어쩌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건 U만 그랬던 건 아닐까? 만약 내가 U의 존재를 의심했을 때 U에게 물어봤다면 U는 대답해줬을 텐데…. 같은 후회와 함께 그에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착하고, 언제나 빛이 돼준 U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아이였으니까. 나보다 더 U에 대해 잘 아는 선생님에게 정말로 U가 없는 동안 궁금했던 이야길 했다. U가 날 미워하지 않을까요? 원망하고 있는 건 아닐까? 너무 무서웠다. U는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살길 바라는 착한 아이지만 그런 아이가 만약 ‘L, 나 없이도 잘 사네?’ 라고 원망한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그 물음에 그는 한참을 고민해서 다시 L에게 물었다. ‘내가 지금 L에게 들은 U는 정말 L이 잘 지낼 거로 생각했을 거 같아. 아마, L이 잘 지낼 거로 생각하면 U라면 잘 지내고 있지 않을까? 원망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는 친구잖아.' 라고 그리 얘기를 해주었다. 분명 착한 U는 분명 자신이 피해 주는 게 싫어서 내가 이렇게 사는 것보다 좀 더 잘 지냈으면 할지도 몰랐다. 내가 U를 원망도 하고, 미워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소중한 친구였기에 잘 지냈으면, 나 말고 U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친구들이 많이 생기길 바랐다. 아마 U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고 수없이 생각했지만 내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유일하게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친구이자 가족인 U에게 미움받기 싫었으니까.
U가 날 미워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고 말이다. 하지만 느려도 괜찮으니 하나부터 해 나가자는 말에 그저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럴 자신이 없었으니까….
U는 L에게 소중한 친구였고, 닮고 싶은 그런 아이였다. 그런 아이처럼은 아니어도 나중에 U가 날 보고 자랑스러워 했으면 하는 마음에 U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고 확신이나, 의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보다는 U를 위해 하나씩, 방문을 여는 것부터 L은 시작했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U는 언제나 날 보고 있을 테고, 언제나 내 마음속에서 밝은 친구로 남아있을 테니까 말이다.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천천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자신만의 색이 없다고, U처럼 밝고 긍정적이지 못하니까 어둡고, 그림자 같은 까마귀 같은 음침한 검은색을 가진 사람은 사회에서도 못 지낼 거라고 그리 믿고 있었다. 하지만 빛이 있다면 어둠이 있는 것처럼 충분히 L은 충분히 하늘을 날기도 하고, 충분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그런 아이였다.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라는 마음에 L은 방문을 열고, 날아올랐다.
하하, 벌써 이야기가 끝났네요. 아쉽지만 어때요? L의 상상친구에 관한 이야기. 감동적이지 않나요? 내가 만약 L에게 U는 네 환각으로 만들어진 상상 친구라고 귀띔을 했다면, U에 대해 미리 알았다면 L은 U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아마, 불가능했겠죠~ 어차피 U는 L이 되고 싶은 모습이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U가 태양 같고, 하나밖에 없는 친구라고 생각했겠죠. U는 사라졌다기보다는 L이 의심해서 존재가 흐려진 거나 다름없었지만 U에 대한 집착이나 애착이 강했던 것 같아요. 이건 나도 예상치 못했지만~ 그래도 재밌었으니까 상관없지 않나요? 재미없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이런 시시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다음에는 그쪽도 좋아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네? L은 그래서 어떻게 지내느냐고요? 글쎄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안 봐서 몰라요. 근데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아요? 어차피 그냥 한 꼬마의 이야기잖아요? 건성으로 들을 줄 알았는데 나름 재미있었나 보죠?
뭐, 이야기가 끝나서 하는 말이지만 L의 이름은 Liberate, 해방하다는 뜻을 생각하고 얘기한 거였어요. L도 그렇고 U도 본명은 아니지만~ U는 글쎄요…. Utopian, 유토피아 이려나요? 솔직히 건성으로 들을 줄 알고 건성으로 지은 거라서 말이에요, 별 뜻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들은 거라면 미안해요~ 기회 되면 또 보죠. 아 참, 제 이름은 G라고만 알고 있어 주세요. 당신이 날 기억한다면 나중에 또 볼지도 모르잖아요?
fin.